작가노트
여기, 멈춘 시선_박기호 사진 展
일시 : 2015년 12월 1일 - 2016년 1월 28일
오프닝 : 2015년 12월 4일 (화)
장소 : L153 Gallery
작가 : 박기호
반 세기 넘게 오롯이 한 길을 걸어간 한 사람이 내비치는 면면은 그것이 무엇이든 볼만한 가치가 있다. 사진가 박기호의 전시
‘여기, 멈춘 시선’은 그가 현재까지 국내에서 보여준 사진들과는 완전히 다른 측면을 내보인다. 30년 간 집중했던 인물 사진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 제작했던 상업 사진도 아니다. 작가 앞에 펼쳐진 일상의 세상 속에서 그의 시선이 멈춘 순간을 포착했고, 그 순간은 그대로 고요를 담고 있다. 고요, 그것은 50여 년 삶의 궤적이며 쉰을 넘긴 한 인간의 사유이며
사고의 귀착점이다. 젊은 날의 치열한 부대낌을 거쳐 자연과 소통하는 가운데 얻은 고요다. 작가 박기호의 사진전
‘여기, 멈춘 시선’에서 곰삭은 삶으로서만 드러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함을 담은 자연의 고요한 소리를 엿들을 수 있다.
나는 30년 간 인물 사진을 찍어왔다. 자연을 담은 풍경 사진을 시도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저 나는 풍경 사진에는 감각이 없다고 여겨 왔다. 5년 전부터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경제 침체로 문을 닫은 빈 가게들을 찍으면서 절실히 느낀 게 있다. 사진이란
사진가의 의도에 맞게 구도를 잡아 찍기 보다는, 장소든 사물이든 피사체를 만나고 대화하다 보면 저절로 그것들 스스로 자신을 내어 준다는 것이다. 그저 나는 그 자체를 카메라에 받아 들이면 되는 것이다. 풍경 사진도 그랬다. 나는 자연이 내어 준 것을 꾸밈없이 그들의 소리를 담았을 뿐이다. 자연스러워서 더 친근한 한지에 프린트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