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Heo Wook)

그의 작품명은 모두 ‘첨첨’이다. 이미지의 분할, 해체, 결합, 조합, 그리고 첨첨하다. 그가 항상 언급하는 이러한 개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수학에서 비롯된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이 재미있어서, 수학 풀이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에 매료되어 영감을 받았다. 이차 함수와 포물선 방정식,

사인 • 코사인 • 탄젠트, 미적분 등 칠판에 적히는 숫자들의 놀이,

그리고 숫자와 직, 곡선들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풀이에 그는 흠뻑 빠졌다. 시각적 몰입도가 강한 그는 칠판에 ‘그려진’ 이미지들로 고취되어 면과

경계를 통한 아름다운 시각적 풀이를 예술적으로 시도한다. 작가의 예술적 개념과 시도가 ƒ(x)=a(x-1)2 + b, 혹은 나 이러한 수식의 그래프 등 수학 풀이에서 차용되었음은 확실히 의외일 것이며 작가에 대한 재미난 발견이다.

 

 파리 유학 초기에 캔버스를 팽팽히 하기 위해 교실의 책상들을 한데 모으고 그 위에 넓은 캔버스를 올린 뒤 물로 적셨다. 이때 우발적으로 책상과 책상을 가르는 직선들이 물먹어 드러난 면보다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는 면의 끝, 경계를 보았다. 그의 작업의 시작점이다. 경계는 직선으로도 곡선으로도 표현된다. 이 경계들이 재료, 즉 평면 위에서

그어지고 겹쳐지면서 면을 가르고, 분할된 면 위에 또 다시 경계를 지으면서 여러 단계의 면들을 첩첩이 생성해 나간다. 이러한 행위의 무한 반복을 통해 면과 경계의 관계에 대해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진다.

 

그는 면을 직선 분할하여 질서를 잡고 곡선으로 가르며 무질서를 삽입하여 나누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면과 경계는 작가에게는 오브제의 한 형태로 ‘물(物)’, 또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를 제외하고 주변에 존재하며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창조물들은 ‘것’이다. 심지어 색 마저 그에게는 ‘것’이다. 그는 이 존재들, ‘것’들과의 관계 소통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이 ’것’들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작품을 탄생시킨다.

 

‘첨첨(添添)’은 그의 작업 과정과 결과를 함축적으로 증거하는 단어이다. 첨첨(Between)이란 글자 그대로 무엇과 무엇의 사이를 의미한다. 그는 면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실제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간’, 작업 과정, 진행 추이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상도 추가한다. 오브제 ‘것’의 물리적 결합뿐만 아니라 선과 공간, 질료와 색, 정신과 물질 등의

상관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작용과 반작용이 빚어내는 과정의 연속적 ‘사이’에 집중한다. 첨첨해낸 최종 작품은 실체 이상의 3D 효과를 펼쳐낸다. 작가가 궁극적으로 보고자 하는 것은 완결된 이미지가 아니다. 전체적이든 부분적이든 오브제의 접합 과정이 감각적으로 반복과 차이를 드러내는 순간과 순간의 쌓임, 바로 첨첨의 사이를 관조(觀照)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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