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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다리
The Bridge of Communication

일시 : 2023년 2월 23일 – 2023년 3월 8일

장소 : L153 Gallery

작가 : Yann BAAC

Yann BAAC은 초상화 작업을 시작으로 인터랙티브 아트, 키네틱 아트,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작업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작가와 관객, 작품과 관객, 작가와 작업 참여자 간의 고유한 소통과 공감을 이어주는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한다는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 <The Bridge of Communication>은 작가의 개인 아카이브 전시회로서, 그동안의 작업과 연구를 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하며, 작가와 관객 간의 소통을 통해 서로간의 이해와 감정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동안의 작가의 작업들을 그림, 영상, 키네틱 아트의 순서로 설치되어 있으며, 3D 스캔 기록화를 통해 <개인 기록전>으로 전시가 진행됩니다.

관객이 여유롭게 관람하길 희망하여 전시는 1인 관람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장의 구조상 작품들을 순차적으로 관람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대를 씌우고, 전시장 제일 안으로 안내합니다.

1인 관람 전시이며 ‘네이버예약’ 후 입장이 가능합니다.

네이버예약 링크: https://booking.naver.com/booking/6/bizes/848940


네이버예약 Q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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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tatement

전시의 작품은 그림, 영상, 키네틱 아트의 제작 순서로 설치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관객과 함께 나의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자 한다. 이러한 설치 방식과 전시기간 중의 3D스캔 기록화와 함께 “개인 기록전”으로 전시를 진행한다. 나는 작가와 관객, 작품과 관객, 작가와 작업 참여자 간의 고유한 공감과 소통이 둘 사이를 잇는 “소통의 다리”라고 생각해 이것을 전시 제목으로 지었다.

 

나는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었을 때 그들의 표정에서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일 수 있겠다는 보람을 느껴, 그것을 계기로 예술을 시작하게 되었다. 초상화의 모델은 그림이란 매체를 사이에 두고 작가와 함께 작업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사유가 나의 예술적 근간이라 생각하여 이와 같은 작업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인터렉티브 아트를 연구하며 키네틱 아트, 영상,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다. 이 전시를 통해 서로 간의 소통으로 인해 무엇이 발생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각자에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알고 싶었다.

‘가상 현실의’ 프로젝트

<‘가상 현실의’ 프로젝트>는 온라인 게임 상에서 만난 이들의 캐릭터 초상화를 그려주고 인터뷰를 수행하는 작업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저에게 초상화란 ‘나’와 타자 사이의 감정의 교류가 기록된 일종의 증거물입니다. 이는 제가 세계 여행을 하던 시절, 언어로써 소통이 불가한 이들과 교류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었습니다. 초상화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감정적 교류는 언어를 초월하는 더욱 내밀하고 인간적인 소통 방식으로 여겨져 저는 이를 계기로 초상화 작업에 골몰하였습니다.

 

<‘가상 현실의’ 프로젝트>, 2020, 퀵모션 비디오 아카이브, 컬러, 무성, 59초.

해당 프로젝트는 그전의 작업과는 양상이 다소 다릅니다. 기존의 초상화는 그 대상이 실존하는 인물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실존 인물이 게임 속에서 만난 누군가의 아바타로 대체됩니다. 이는 인물의 실재하는 모습이 아닌 그의 모습이 투영된 가상의 형태일 뿐입니다. 그러나 저에게 있어 게임 속에서 만난 이들은 동떨어진 세계에 존재하는 낯선 이방인들이 아닌 삶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인물의 연장선처럼 느껴졌습니다. 게임이라는 비물질적 세계 안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으로부터 물질적 결과물인 초상화가 탄생하였습니다. 인터뷰 과정에서 게임 속 인물마다 아바타에 대한 정의는 제각기 달랐습니다. 혹자는 그것을 자기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는 한편 누군가는 장난감으로, 누군가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로 여겼습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세계는 현실의 대안으로서 존재하는 피안의 영역 혹은 실제 세계의 확장이라는 상호 대립적인 개념으로 구분 지을 필요 없이, 또 다른 삶의 형태이자 소통의 장으로서 자신을 내보이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가상현실 그 자체가 아닌 가상현실‘의’ 인물, 삶, 소통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Gray zone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상현실은 실제 세계에 대한 보다 정교한 모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과 가상의 탈 경계적 양상은 동시대의 공간과 시간이 갖는 성질 또한 모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저로 하여금 그동안 당연히 여겨왔던 개념적 정의의 봉제선을 걷어내고 실제와 가상을 하나의 유기체로서 사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작품을 통해 관념적으로 구분 지어왔던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포착하고 기존의 선형적 구조를 무너뜨림으로써 관객들을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모호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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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나 도 x 얀 박, <Gray zone>, 2021, 사운드 및 퍼포먼스 비디오 아카이브, 컬러, 유성, 12분 46초. WeSA festival 제작지원.

작품에서 재생되는 음향은 주위의 환경음을 채집하여 디지털로 재가공한 사운드입니다. 이는 현실 세계가 디지털의 질서에 따라 재구성됨을 의미합니다. 팀원 Na doe가 만드는 사운드에 대한 반응으로 제가 표정을 지으면 머리에 부착된 카메라가 이를 모션 캡쳐로 인식하여 곧 스크린 속 가상 인물의 움직임으로 나타납니다. 이처럼 현실에서 가상으로, 가상에서 현실로 반복하여 등장하는 순환적 구조는 개념 간 대립의 엄밀성에서 탈피하여 보다 유동적인 형태로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드러냅니다.

No.8-1 / 나는 나의 억압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만물은 평등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둠은 만물의 빛을 덮습니다. 저는 언젠가 어릴 적 겪었던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어머니와 절에 다녀오고 난 뒤 저는 미술 시간에 부처님을 그렸는데 이를 본 기독교 신자 선생님께서 그런 저를 호되게 야단치셨습니다. 그 날의 사건은 저에게 일시적인 분노의 감정을 넘어 일종의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그 트라우마는 제가 세상의 ‘틀’에 대해 인식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틀은 곧 규범이었습니다. 이는 곧 사회적 규범임과 동시에 개인의 규범입니다. 규범은 저에게 있어 어둠의 양가적 특성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 질서정연한 규칙들 아래 우리는 그것을 준수하는 동등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안정감을 느끼지만 때로 교조의 준엄함은 개개인이 지닌 고유의 생각과 가치를 억압합니다. 제가 불가피하게 환경의 영향을 받듯 저도 누군가에겐 환경의 일부로서 예기치 않은 영향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억압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각기의 ‘나’ 사이에 억압이 전이되는 현상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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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8-1 / 나는 나의 억압을 보았다>, 2020, PLA 필라멘트, 아크릴 판넬, LED, 아두이노, 트렌지스터, 초음파 센서 및 SMPS, 77 x 25 x 25 cm(4), 70 x 45 x 45 cm(1). 가변 설치.

전시 공간 안에는 어둠 속에서 4개의 작은 조명과 하나의 큰 조명이 불 켜진 상태로 놓여 있습니다. 조명들은 모두 투명한 상태로 한 묶음이 한 명의 순수한 개인을 상징합니다. 큰 조명은 가장 민감한 심리적 트리거로 이것에 부착된 촉수 끝에는 검은 아지랑이가 일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이 외부로부터 받는 억압의 단초를 의미합니다. 관객이 작은 조명에 다가가면 그것은 점차 불이 꺼지고 이는 타자의 억압으로 인해 자아를 잃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합니다. 큰 조명에 다가가면 모든 조명의 불이 꺼지게 되는데 이는 일순의 질적 변화를 야기할만큼 거대하고 강력한 억압으로 인해 자아의 암전이 발생하는 현상을 나타냅니다. 저는 이러한 인터랙션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외부로부터 받는 억압, 자신이 타인에게 가하는 억압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자 하였습니다.

Alago hajimara

해당 작품은 가상의 서사를 바탕으로 창작되었습니다. M31-D1(이하 사막 행성 D)에는 유목민 부족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대 도시 ‘Mu’의 생존자들로서 거처를 옮길 때마다 기계 생명체 <Alago hajimara>는 그 곁을 따라다니며 이들의 감정을 흡수해 에너지원 삼아 움직입니다. 이 행성의 고대 도시인들은 감정 표현을 부끄러운 행위로 인식하여 터부시해왔습니다. 그들은 결국 감정의 완전한 제거를 위해 기계 생명체를 발명해냈고 끝내 모든 감정이 메마르게 되어 소수만을 남긴 채 도시와 함께 사라져버렸습니다. 이 생명체는 더듬이를 사용해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인간의 감정을 흡수하여 이에 대한 반응으로 다리에서 어떠한 액체를 흘려보냅니다. 이 액체는 부족 공동체가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시 한 가지 색상만을 유지합니다. 유목민들은 모래 위 액체의 형태와 흡수 정도를 파악해 미래를 예견하는 주술적 의식을 갖습니다. 그들이 사는 곳은 빛이 들지 않는 검은 사막 지대이기에 그들의 눈은 야행성 동물과 비슷하게 진화하여 사물의 형태는 구별 가능하나 색상 인지 능력은 다소 부족합니다. 외계 행성의 연구원인 저는 이 생명체에 대해 연구하던 동료의 의문사를 해명하기 위해 이 곳에 방문하였고, 이 생명체에 곧 매료되어 인간들에게 알리고자 이것을 지구에 데려가 세상에 내보인다는 것이 이야기의 주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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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go hajimara>, 2022, 폴리우레탄, 아연도금강판, 수성염료, 광목, 센서, 워터 펌프, 모터 및 아두이노 등, 가변 설치.

이처럼 설정된 작품의 맥락은 일종의 간학문적 접근입니다. 가상의 생태계 내부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특성을 규명하고 그것을 둘러싼 인류의 문화를 중층 기술로 기록하여 작품 세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입니다. <Alago hajimara>는 전시 공간 내 관객들이 저마다 느끼는 감정을 시각화하는 도구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인터랙션을 통해 시시각각 기록되는 감정은 작품의 세계관이 지닌 거대한 자장 안에서 마치 하나의 생명체를 생동하게 하는 듯한 몰입감을 유발합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기계 생명체가 감정을 흡수하는 고대 도시인 및 사막의 부족민으로 치환됩니다. 그들은 곧 거처를 찾아 도시를 떠돌고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가는 현대 한국 사회의 유목민입니다. 따라서 관객은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사회에서 자신들이 놓인 처지를 상기하고 이 생명체를 통해 인간됨을 구성하는 감정의 본질, 감정의 생명력에 대해 이해하게 됩니다.

작가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www.yannbaac.com
www.instagram.com/yannench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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