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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오프닝 엽서6.jpg

사진가 최민호 개인전 '그 너머' 展

일시 : 2016년 9월 22일 - 2016년 10월 14일

장소 : L153 Gallery

작가 : 최민호

작가노트

전시평론

경주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을 때 지진이 발생했다. 기록에 의하면 100년, 200년 전에도 큰 지진이 있었다고 했다. 1천 년 역사를 이어온 신라시대에 대한 희미한 기록에도 지진을 엿볼 수 있다. 인간 생활을 극도로 위협한 지진 만이

그 시대가 남긴 형상을 사라지게 한 것은 아니다. 흐르는 세월의 힘에 의해 신라시대의 돌 조각들은 본래의 모습을 서서히

잃어갔을 것이고 희미한 세공의  흔적만을 남긴 체 무언지 모를 덩어리로 남겨졌을 수도 있다. 풍파에 섬세한 조각의 선들은

무뎌지고 조각은 무너졌을 것이다. 이끼와  풀들이 돌 조각을 감싸며 자연에 동화해 갔을 것이다.

 

작가 최민호는 시기상 우리 시대와 근접한 이조 시대의 유물이 아닌 신라 고도 경주에 남겨진 유물에 눈길을 주었다.

유물 앞에서 그는 유물을 만든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그 옛날 누군가가 심혈을 기울여 쪼아가며 만든 돌

조각상에서 만든 장인의 손길과 숨결을 느끼는 신비한 체험이다. 이후 작가는 유물 자체를 사진으로 담는 것이 아니라 유물에 깃든 장인의 숨결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보여주고자 했다. 사진은 1천 년, 1천 5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돌 조각을 하는 순간으로 우리를 이동시킨다. 흑백의 고요한 사진 속에서 돌조각 위로 흐르는 옅은 빛은 생각지도 못한 진한 감동을 준다.

한지에 프린트하였으며 전시를 위해 특별히 60년 전에나 사용하던 오래된 렌즈를 사용하였다.

이번 사진들은 겉으로 보이는 유적으로서의 가치는 배제하고 피사체가 가진 재질 고유의 특성과 또 그 재질을 다룬 천 오백여 년 전의 사람의 손길이 닿은 피사체로부터 “고귀한 숨결”을 느끼고 그 울림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하고자 했다.

 

20여 년 전, 애초에는 패기 가득한 마음으로 ‘경주’를 표현한 여러 이미지들을 극복하리라는 자만심으로 시작을 했고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고 덩달아 세상을 보는 시선도 달라 지면서 오만과 자만은 누그러지고 단지,  옛 것을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에 관련된 이미지들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이 자연스레 수정되었다. 단 빈번한 노출로 피로도가 큰 조선시대의 이미지를 벗어난 그 이전의 것들로부터…

 

그러다 어느 날, 해질 무렵 아무도 없는 어느 왕릉 석상 앞에서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석상의 손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1500여 년 전에 그 손을 만든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상체험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작업 방향에 수정을 하게 되었다.   

단지 눈에 보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대로의 모습에, 까마득히 잊혀진 옛 사람의 손길, 숨결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

늘 갤러리 앞을 지나 제 집으로 가는 꼬맹이가 있다. 예닐곱 살 되었을까. 귀여운 꼬맹이는 늘 참한 엄마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마을 아래로 내려갔다가 윗동네 집으로 올라갔다 한다. 월요일은 화랑 문을 닫는데 꼬맹이는 들어와 보고 싶었는지 엄마

옷자락을 끌어당긴다.  꼬맹이에게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했다. 수줍게 들어오더니 작품들을 유심히 본다.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작가의 흑백 사진 작품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다음에도 또 오라고 했다. 아이 엄마는 이 화랑은 밖에서도 잘 보여요

라고 했다. 보고 싶을 땐 언제나 들어오라고 했다. 후에 동네 자그마한 화랑을 들락거리며 이런 저런 작품을 보았던 기억이 꼬맹이 마음 속에 쌓여 있으면 좋겠다. 꼬맹이가 컸을 때 이렇게 물으면 좋겠다. “꼬맹아, 동네에 이런 화랑 있어서 좋았지?

토토가 영화를 접했던 것처럼…  최민호 그 너머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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